[이재명의 웹자서전] ep.4 엄마가 믿고 싶었던 점바치의 힘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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관리자
작성일
2021-11-07 17:18
조회
327

고된 노동에 아홉이나 되는 아이들을 낳아 일곱이나 키웠기 때문이었을까? 어릴 적, 어머니가 내 생일을 잊어버린 적이 있다.

뭐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. 애들 밥 굶기지 않는 게 중요하지 생일이라고 뭘 대단하게 챙겨줄 수도 없었으니... 음력 22일인가, 23일인가 헷갈리던 어머니는 고민 끝에 점바치(점쟁이)를 찾아 생일을 물어봤다.

그 일을 두고 다 커서는 이렇게 엄마와 농을 주고받곤 했다.

“엄마, 너무하네. 귀한 아들 생일도 잊어버리고...”

“이자뿐 게 아이라니까.”

“그럼 점바치에게 왜 물어봐요?”

“확인 차 한 번 물어본 거라.”

“아는 걸 확인하는데 그 귀한 겉보리를 한 되씩이나 갖다 바치시나요?"

어쨌든 겉보리 한 되에 우주의 기운을 모은 점쟁이는 내 생일을 23일로 확정했다. 문제는 이 점술가께서 내 생일을 정하며 팔자도 간명하게 정리했다는 것.

“얘 잘 키우면 나중에 호강한다.”

서비스로 했을 그 뜬금없는 말에 어머니는 반색했다. 그 얘기는 평생을 간 나에 대한 남다른 기대와 믿음의 가장 큰 원천이었다.

여기에 보태 먼 친척 되는 어르신 한 분도 나를 볼 때마다 이렇게 말했다.

“이놈, 귓불 자알 생겼다. 봐라, 성냥개비가 두 개나 들어간다. 크게 될 놈일세. 크게 되것어!”

 

엄마는 점바치와 어르신의 말을 믿었다. 아니 한 올 희망조차 갖기 어려운 현실 속에서 반복해서 새기고 되뇌는 것으로 그 말을 신앙으로 진실로 만들어갔다.

"니는 잘 된다 캤다, 아이가..."

엄마가 하는 그 말은 어느새 불가사의한 힘이 되어 내게도 세상이 던져준 유일한 ‘자기확신’ 같은 것이 되었다. 상황논리로는 불가능한 도전을 내가 끊임없이 시도하는 의지와 용기의 원천이었다.

 

후에 성남시장이 되었을 때 시장실을 방문한 아이들마다 꿈이 무엇인지를 묻고 꼭 꿈을 이루라며 일일이 적어주곤 했다. 아이들에게 내 글이 확신의 도전의 근거가 되길 기원하면서...

신난 표정으로 그 한 장의 종이를 가슴팍에 품고 돌아가던 아이들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.

간절함은, 확고한 믿음은 꽤 힘이 세다.

상정하기 쉽지 않은 길을 걸어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도 막연하지만 나는 잘될 거란 믿음에 기반한 어쩌면 무모했을 도전 덕이다.

그리고 사실 그 믿음에 진정한 힘을 부여한 것은 점바치가 아니라 엄마다.

프레스에 손상당한 성장판 때문에 내 팔이 조금씩 휘어갈 때도 내 팔을 쓰다듬으며 스스로를 위로하기 위해 한 엄마의 점바치 얘기는 오히려 내게 위안이었다.

엄마는 혹여나 내 일상에 불운이 깃들 조짐이 보이면 점바치 말을 반복하는 것으로 불운 따위 원천봉쇄하려 했다. 남매 중에서도 가장 어린 나이에 공장생활을 시작했고 가장 많이 다친 넷째아들을 보며, 이 아이에겐 잘 될 일만 남았을 거라는 믿음과 기대의 힘은 그 무엇보다도 강했다. 그런데 이제 보니 그건 그냥 엄마의 힘이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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*참고도서 <인간 이재명> (아시아, 2021)